비정규직 600만 명 '반쪽짜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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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 명 시대가 됐다.

'고용의 모범'을 보여야 할 부산시 공무원 채용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지역 비정규직 정책연대'가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부산시 본청을 비롯해 16개 구·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공무원 1만 3천786명 중 19.77%인 2천276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인들이 보면 똑같은 공무원들이지만 이들은 전임계약직·기간제·시간제 근로자 등의 이름으로 일하고 있는 일종의 '마이너리거'들이다.시의회나 부산시 직속기관, 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6천 명을 훌쩍 넘긴다.

임금 수준도 '하늘과 땅' 차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의 월 평균 인건비가 160만 원 수준으로 정규직 공무원(491만 원)의 30%를 약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비정규직 공무원의 97.3%는 상여금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성과급 역시 94.3%가 못 받고 있다고 답했다.

9년 새 200만 명 급증… 공무원도 마찬가지
늘어난 일자리 67% 차지, 고용회복 '개살구'
임금, 정규직 1/3 불과 "정부 정책 개선해야"


지난달 말 통계청은 지난 1년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가 46만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얘기가 된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가 599만 5천 명인 사실도 동시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2년 4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9년 만에 200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통계수치상으로는 고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 고용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1년간 늘어난 일자리 46만 개를 자세히 살펴보면 66.9%인 31만 개는 비정규직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지난 1년간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2.5%포인트나 늘어나 전국 평균(0.9%)의 배 이상 증가했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강조되면서 전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400만 명, 2004년 500만 명을 돌파한데 이어 이제 600만 명에 근접하게 됐다.

최근에는 정년퇴직으로 내몰린 50대 이상의 장년층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택시운전 등 운수업이나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부는 통계상의 취업자 수 증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취업자 증가의 대부분이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 운수업, 월 36시간 미만 근로자 등에서 나타나고 있어 고용의 질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비정규직이나 영세창업자 등은 고용지표를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나 수입이 워낙 낮다"면서 "자영업자들은 근로자에 비해 부채 비율이 높아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경우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9일 발표한 정책자료집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에 따라 정부도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돈·김종우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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